| (서울=연합뉴스) 김승욱 기자 = `경찰의 날'(21일)이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경찰서 경무계는 청담지구대의 한 여경을 경찰서장 표창 대상자로 올릴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었다.
조직 기여도를 보면 표창 1순위였지만 문제는 이미 상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. 이 여경은 2년 사이 경찰청장상을 비롯해 서울지방경찰청장상, 경기지방경찰청장상, 대구지방경찰청장상 등 각종 표창을 휩쓸었다.
20일 경찰에 따르면 남들은 경찰 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을 넘치도록 받았다는 이유로 표창 대상에서 제외된 비운(?)의 주인공은 경찰 인트라넷의 최고 인기 연재만화인 `뽈스토리'의 주인공 강현주(28.여) 경장이다.
`좌충우돌 지구대 이야기'를 부제로 강 경장이 근무 중 경험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낸 뽈스토리는 현재 191회까지 연재됐으며 최근 누적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했다.
지구대를 찾아온 치매 할머니에게 오히려 감동했던 이야기와 만취한 시민이 엉망으로 만든 지구대를 정리한 이야기, 잔뜩 멋 부리고 출근했지만 머리를 질끈 묶고 순찰에 나서야 했던 이야기 등이 진솔하게 그려졌다.
만화가가 꿈이었던 강 경장은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힘들 때면 경찰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만화로 그리곤 했다고 한다.
그러나 경찰관 생활이 상상한 것만큼 멋진 일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. 되풀이되는 순찰과 밤샘 근무에 몸과 마음이 지쳤을 무렵 강 경장은 만화를 그리며 힘을 내던 기억을 떠올리며 뽈스토리를 그리기 시작했다.
강 경장은 2007년 4월 일종의 개인 소식지인 `싸이월드 페이퍼'에 연재를 시작했다. 처음에는 몇몇 지인에게만 보였는데 몇 달이 지나자 경찰 인트라넷을 통해 `연재를 잘 보고 있다'는 팬레터가 도착했다.
사정을 알고보니 충남경찰청의 한 경찰관이 뽈스토리를 경찰 인트라넷에 무단 게시했던 것. 강 경장은 충남청 직원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많은 사람에게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.
이후 강 경장은 직접 경찰 인트라넷에 뽈스토리를 올렸고 `만화 그리는 여경'으로 유명세를 탔다.
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뽈스토리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시트콤을 제작해 방송했으며 뽈스토리의 소재로 써달라며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서 제보한 사연을 출력한 종이만도 A4용지 수천 페이지 분량에 달한다.
인기스타가 된 강 경장은 경찰 홍보 업무도 가욋일로 떠맡게 됐다.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캐릭터를 비롯해 순찰차 주차 스티커와 기초질서 지키기ㆍ날치기 예방 안내문 등 눈에 익은 경찰 홍보물 속 캐릭터가 강 경장 작품이다.
5월부터 만화가 경찰청 공식블로그인 폴인러브(http://blog.naver.com/e_podori)에도 실리면서 강 경장은 경찰에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 시민들의 악플도 경험하게 됐다.
악플을 접할 때면 `연재를 그만둘까'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뽈스토리 덕분에 경찰을 이해하게 됐다는 격려 메일 덕에 보람을 느낀다고 강 경장은 말했다.
"한 시민이 `뽈스토리 덕분에 경찰에 대한 나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. 경찰청장도 못하는 일을 당신이 한 거다'라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. 제가 옳은 길을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."
강 경장의 목표는 그동안 연재한 뽈스토리를 모아 책으로 펴내는 것. 1권이 아니라 수십 권 이상 출간하고 싶다고 한다.
강 경장은 "스스로도 이렇게 오래 연재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. `힘들면 그만둬야지…'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퇴직하고서도 그리고 싶습니다"라며 포부를 내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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